광주 양림동 근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이장우 가옥 탐방

광주 남구 양림동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담장 너머로 단정한 한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이 바로 ‘이장우 가옥’입니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 집은 1920년대 초 건립된 한옥형 근대 주택으로, 한국 전통건축과 서양식 구조가 절묘하게 융합된 국가유산입니다. 골목의 정적 속에서 나무기둥의 결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창호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한 세기 전 광주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1. 골목의 끝,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길

 

이장우 가옥은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의 중심부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이장우 가옥’을 입력하면 양림교회 인근 공용주차장으로 안내되며, 골목길을 도보로 3분 정도 오르면 도착합니다. 입구에는 ‘국가유산 이장우 가옥’이라 새겨진 표지석과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주변은 낮은 담장과 벽돌집들이 이어져 있고, 골목에는 오랜 세월이 묻어 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담벼락 위로 귤나무와 감나무 가지가 흩어져 있었고,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하게 지나갔습니다. 마을의 소박한 일상과 함께 이 집이 조용히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골목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 전통과 근대가 만난 건축의 형태

 

이장우 가옥은 한옥 구조에 서양식 건축요소가 가미된 근대기 주택입니다. 정면 5칸 규모의 ㄱ자형 평면으로, 왼쪽 날개에는 서양식 벽돌벽과 아치형 창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붕은 전통 기와를 사용하되, 처마의 곡선을 단순화하여 근대적 감각을 더했습니다. 대청마루는 광택이 은은하게 남아 있으며, 창호는 전통 한지를 사용해 따스한 빛을 품고 있었습니다. 안채와 사랑채는 마당을 중심으로 마주 보고 배치되어 있고, 바닥은 돌기단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나무기둥마다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고, 벽돌 벽면에는 붉은색과 흰색의 층이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양림동 근대사의 중심이 된 가옥

 

이장우 가옥은 1920년대 지역 유지였던 이장우 선생이 건립한 주택으로, 광주의 근대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건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근처의 선교사들과 교류하며 서양식 건축양식을 접목했고, 이후 이 주택은 교육과 사회운동의 중심지로 사용되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전통 가옥의 틀 안에 근대적 삶의 방식을 담은 양림동의 대표적 주거유산”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가옥의 일부는 1930년대 양림교회 관련 모임 장소로 쓰였고, 마을 사람들의 회합과 의논의 공간으로도 기능했습니다. 지금은 박물관형 문화공간으로 보존되어, 그 시대의 생활 모습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한 세기 전 사람들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4. 복원과 보존, 그리고 현재의 모습

 

이장우 가옥은 2010년대 초 보수 복원 과정을 거쳤습니다. 붕괴된 기와와 훼손된 대청의 목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 내부는 최소한의 보강만 이루어졌습니다. 마루의 나무는 세월의 색을 유지한 채 단정히 닦여 있었고, 벽면에는 미세한 균열마저 손대지 않은 채 남겨져 있었습니다. 실내에는 당시 사용된 가구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머무를 수 있었고, 마당에 앉으면 대청에서 들려오는 나무 냄새와 바람의 소리가 어우러졌습니다. 인공적인 복원보다 시간과 손길이 함께 만든 자연스러운 조화가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양림동의 근대유산

 

이장우 가옥을 관람한 뒤에는 도보 5분 거리의 ‘우일선 선교사 사택’과 ‘오웬기념각’을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모두 근대기 광주의 문화와 신앙, 건축이 교차하던 중심지입니다. 또한 ‘양림교회’와 ‘수피아여학교’의 오래된 건물들도 인근에 있어 한 세기 전의 공간적 맥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점심은 양림동 골목 안의 ‘이층양과점’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기거나, ‘양림제면소’에서 따뜻한 국수를 먹으며 잠시 쉬어가면 좋습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돌아보면, 양림동 전체가 하나의 근대 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건물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그 이야기가 바람과 함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6. 관람 팁과 현장의 분위기

 

이장우 가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입장은 무료입니다. 내부 관람 시에는 신발을 벗고 마루 위로 조용히 이동해야 합니다. 마당의 돌기단은 미끄러울 수 있으니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후 늦게 방문하면 서쪽 햇살이 마루를 비추며, 창호 너머로 따스한 빛이 퍼집니다. 그 빛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한참을 앉아 있으면 나무의 냄새와 공기의 결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아무 말이 없어도, 이 집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공간이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한 세기의 삶이 숨 쉬고 있었습니다.

 

 

마무리

 

이장우 가옥은 광주의 근대와 전통이 만난 공간이자, 한 세기의 시간과 사람들의 기억이 머무는 집이었습니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 목재 마루와 창호가 함께 만들어낸 조화는 단순한 미가 아닌 삶의 흔적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마루 위로 떨어지는 빛이 나무결을 따라 흘러갈 때, 그 장면은 한 폭의 오래된 풍경화처럼 보였습니다. 세월이 바꾼 것은 많지만, 이 집은 여전히 처음의 온기를 간직한 채 서 있었습니다. 바람이 담장을 스치며 지나가고, 그 속에서 지난 시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이장우 가옥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광주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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