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서원 괴산 괴산읍 문화,유적

맑은 하늘 아래 가을 바람이 살짝 서늘하던 날, 괴산읍 외곽의 화암서원을 찾았습니다. 서원은 늘 그렇듯 조용하지만 묘하게 단단한 기운이 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논 사이로 낮은 지붕이 보였고, 그 뒤로 산등성이가 감싸고 있었습니다. 입구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길을 인도하듯 서 있었습니다. 서원을 찾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오래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질서와 고요함이 궁금했습니다. 주변은 도시의 흔적이 거의 없었고, 바람소리와 새소리만이 들렸습니다. 대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오래된 문고리를 잡는 순간 묘한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1. 괴산읍 외곽의 고요한 길 위에서

 

화암서원은 괴산읍 중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화암서원’을 입력하면 정확히 안내되며, 지방도 511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작은 표지판이 보입니다. 길은 좁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초입의 버스 정류장 근처에 간이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주말 오전에는 차량이 거의 없어 한적하게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주차 후 3분 정도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면 서원의 전경이 드러납니다. 길 양옆에는 감나무와 밤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바람에 과일 냄새가 은근히 섞여 있었습니다. 입구의 석문에는 ‘化巖書院’이라는 현판이 또렷하게 걸려 있었고, 오래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조용하지만 생기가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2. 단정한 마당과 고즈넉한 서원의 구조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앞마당과 그 뒤로 명륜당이 보입니다. 전체적인 배치는 전형적인 서원 양식으로, 앞쪽에 강당, 뒤쪽에 사당이 자리합니다. 바닥의 자갈이 발끝에 닿을 때마다 소리가 은근히 울렸습니다. 기둥의 나무결은 손때로 반들반들했고, 처마 아래에는 제향 때 걸어두는 목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붉은 단풍나무가 서 있었는데, 햇빛이 비치면 그 그림자가 서원의 벽면에 비쳤습니다. 내부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었고, 좌우 대칭이 엄격하게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정제된 구조 속에서도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면 세월의 흔적이 공기처럼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3. 선비의 정신이 깃든 자리

 

화암서원은 조선 중기 학자 화암 이연종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의 학문과 인품을 추모하기 위해 지역 유림들이 힘을 모았다고 하며, 지금도 해마다 제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당 안에는 위패가 모셔져 있고, 제향 시에는 전통 예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안내문에 적힌 글귀 중 ‘도를 좇아 마음을 닦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한 구절이 서원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건물 곳곳에서 학문의 향기가 느껴졌고, 마루 끝에 서면 바람이 지나가며 나무 향이 은은하게 번졌습니다. 서원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묵직하게 전해졌습니다.

 

 

4. 조용한 쉼터로서의 공간

 

서원은 문화재이지만 방문객이 드물어 오히려 여유로운 느낌을 줍니다. 강당 옆에는 작은 평상이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커피나 음료를 마실 공간은 따로 없지만, 주변의 자연이 그 자체로 휴식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나무 사이로 스칠 때마다 낙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음색이 조용한 서원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주변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잡초가 무성하지 않았고, 안내문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은 없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정리해주는 듯했습니다. 서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5. 화암서원 주변의 산책 코스와 추천 장소

 

서원을 둘러본 뒤에는 괴산읍내의 괴산향교를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차로 10분 거리로, 조선시대 유교 교육의 흔적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서원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편에는 ‘송덕봉길’이라는 작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면 괴산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근처에는 ‘괴산전통시장’이 있어 지역 농산물이나 간단한 간식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점심은 시장 안 ‘진한국밥집’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또, 서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는 산막이옛길 입구가 있어 자연과 함께 하루 일정을 이어가기 좋습니다. 고요한 문화유적과 활기찬 시장, 그리고 강변 산책로가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 코스였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점

 

화암서원은 오전 9시 이후부터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고, 제향이나 행사일에는 일부 구역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서원 진입로가 좁기 때문에 주차는 입구 앞 공터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볕이 강하므로 모자나 물을 챙기면 좋습니다. 마루에 앉을 때는 신발을 벗고 올라야 하며, 내부 촬영은 조용히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주변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으므로 방문 전 괴산읍내에서 미리 다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 선비의 정신을 기리는 장소이기에, 조용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는 태도가 잘 어울립니다.

 

 

마무리

 

화암서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품격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바람이 스치고,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는 그 단정한 순간들이 오래 남았습니다.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마음이 정리되고, 고요 속에서 생각이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괴산의 산과 들, 그리고 서원이 만들어내는 균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다시 찾아, 다른 빛과 다른 바람 속의 화암서원을 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그곳에서, 배움의 의미와 쉼의 가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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